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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름의 무게, 통명의 그림자 – 일본 성과 재일교포 통명의 역사와 이야기

엉클파이브 2025. 10. 2. 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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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은 단순히 사람을 부르는 도구가 아닙니다.
이름에는 뿌리와 정체성, 그리고 사회 속에서의 위치가 담깁니다.

특히 재일교포의 세계에서 이름은 복잡한 이중성을 지닙니다.
때로는 내 정체성을 드러내는 깃발이자, 때로는 차별을 피하기 위한 방패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일본 사회 속에서 재일교포가 사용해온 통명(通名)은 단순한 ‘별명’이 아닌, 역사가 새겨진 또 하나의 이름이었습니다.


1. 통명의 역사

통명은 일제강점기의 창씨개명(創氏改名) 정책에서 뿌리를 찾을 수 있습니다.
1940년 2월 11일, 조선총독부는 조선인에게 일본식 이름를 갖도록 강제했고, 기존의 한국 성(姓)은 뒤로 밀려났습니다. (ko.wikipedia.org)

광복 이후 조선과 한국에서는 본래 이름으로 돌아갈 수 있었지만, 일본에 남은 이들에게는 이야기가 달랐습니다.
그들은 이미 일본 사회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고, 본명을 드러낼 경우 사회적 불이익이 너무 컸습니다.
결국 일본식 성을 쓰는 것이 생존의 방식이 되었습니다.


2. 재일교포란 누구인가?

재일교포는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조선계 사람들입니다.
일제강점기 동안 강제 징용, 노동, 유학, 사업 등으로 일본에 건너온 이들의 후손들이죠.
2024년 현재 재일 한국인은 약 40만 명, 조선적(북한계 포함)까지 합치면 더 많습니다. (zh.wikipedia.org)

이들은 일본 사회 속에서 때로는 귀화하여 일본 국적을 취득하기도 하고, 본래 국적을 유지하기도 하면서 이중 정체성을 살아갑니다.

 

제가 중고등학교때 들은 이야기지만,

본인이 한국인인줄 모르고 살다가(부모중 부친만 한국인이었다고 함), 어느날 고등학교때 수학여행으로 한국으로 가게 되었는데, 처음 여권을 발행하는데, 대한민국 여권이 나와서 처음 알게되었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게다가 공항에서 혼자 외국인칸으로 줄을 서게 되면서, 그 후론 다른 친구들이 이상하게 보게 되었다고 합니다.


3. 왜 통명이 존재하는가?

통명의 이유는 단순합니다. 차별 회피와 사회적 적응입니다.

  • 차별 회피: 한국 이름을 드러내면 취업, 학교, 주거지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jinken.ne.jp)
  • 제도적 허용: 일본 정부는 외국인 등록증 등에 통칭명을 병기할 수 있게 했습니다.
  • 정체성 갈등: 이름은 곧 정체성입니다. 본명을 숨겨야 한다는 심리적 무게는 컸지만, 생존을 위해 통명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4. 한국계가 많이 쓰는 일본 성씨

재일교포 사회에서 자주 쓰인 일본 성씨는 특정 패턴을 보입니다.

  • 金本(가네모토), 金山(가나야마), 金田(가네다) : 한국의 ‘김(金)’과 연결
  • 新井(아라이) : 1980년대 가장 많이 쓰인 통명
  • 山本(야마모토) : 일반 일본인에게도 흔하지만, 재일교포도 다수 사용
  • 高山(다카야마) : 한국의 ‘고(高)’ 성과 연결 가능성
  • 金城(킨조) : 오키나와와 구분되지만, 재일교포 사용 비율도 높음 (name-power.net)

5. 1980년대 통명 랭킹

『在日韓国人名録 1981年版』에 따르면, 당시 가장 많이 쓰인 통명은 다음과 같습니다. (jigensha.info)  

순위 통명 인원
1위 新井(아라이) 303명
2위 山本(야마모토) 199명
3위 金本(가네모토) 100명대
4위 金山(가나야마)
5위 金田(가네다)

 

이 데이터는 “김(金)”을 드러내는 통명에서 점차 일반적인 일본 성씨로 이동했음을 보여줍니다.


6. “통명이 ○○라고 해서 재일교포는 아니다”

통명이 ‘아라이’라고 해서 무조건 재일교포는 아닙니다.
‘야마모토’, ‘기무라’ 등은 일본 사회에서도 매우 흔한 성입니다.
따라서 이름만으로 정체성을 단정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는 통명 논의를 바라볼 때 반드시 짚어야 할 지점입니다.


7. 통명을 계속 쓰는 이유

왜 통명을 유지할까요?

  1. 현실적 이유: 여전히 존재하는 차별
  2. 사회적 연속성: 이미 학교, 직장에서 알려진 이름
  3. 정체성 선택: 한국계임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개인적 이유

즉, 통명은 단순히 ‘가짜 이름’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한 사회적 기술이었습니다.


8. 개인적 경험 – 김(金)에서 木村(기무라)로

저에게도 가까운 사례가 있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친구 중에 ‘김(金)’ 씨를 쓰던 친구가 있었지요.
그 친구는 재일교포 3세였고, 졸업 이후에도 일본에서 살아가야 했습니다.

어느 날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 그는 결국 일본 사회에서 木村(기무라)라는 성을 쓰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김(金)”이라는 성을 그대로 두면 사회적 시선이 부담되고, 장래 취업과 인간관계에서 불이익이 두려웠던 겁니다.

기무라(木村)는 일본에서 매우 흔한 성씨이기에, 눈에 띄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패가 됩니다.
하지만 그 선택 속에는 분명히 정체성을 감춰야 했던 아픔이 있었습니다.


9. 앞으로의 사회 – 납득할 수 있는 사회 만들기

통명의 역사는 단순히 “이름 바꾸기”가 아니라, 차별의 역사이자 생존의 전략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앞으로 달라져야 합니다.

  • 이름이 한국식이든 일본식이든 차별받지 않는 사회
  • 통명을 쓰든 본명을 쓰든 존중받는 사회
  • 정체성을 드러내든 숨기든 개인의 선택이 존중되는 사회

이것이 진정한 다문화 공존이며, “본인이 납득할 수 있는 사회”일 것입니다.


맺으며

일본은 세계에서 성씨가 가장 다양한 나라입니다.
그러나 그 무한한 다양성 속에서도, 재일교포의 이름은 오랫동안 억압과 차별의 흔적을 짊어져야 했습니다.

金本(가네모토), 新井(아라이), 木村(기무라)…
이 성씨들은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역사와 눈물, 생존과 정체성을 증언하는 또 다른 역사 교과서입니다.  


참고 문헌 및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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