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서브컬쳐

[지역] 장화가 필요한 동네, 이수(梨水)의 어제와 오늘

엉클파이브 2025. 10. 5.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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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에 대해 얼마나 아시나요?

서울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이수(梨水).
지하철 환승역으로는 친숙하지만, 이 이름의 뿌리를 알고 있는 사람은 드뭅니다. 사실 “이수”에는 옛 물가 마을의 흔적과, 사람들의 웃음 섞인 기억이 함께 깃들어 있습니다.


1. 이름의 뿌리 ― 두 물(二水)이 아니라 배나무(梨水)

많은 분들이 “이수”를 二水(두 개의 물)라고 오해합니다. 동작천과 사당천이 합쳐지니 그럴듯하게 들리죠.
하지만 진짜 정답은 梨水, 배나무 이(梨)와 물 수(水)입니다.
예전 이 일대에는 배나무골이라 불린 마을이 있었고, 그 옆으로 작은 개천이 흘렀습니다.
배나무가 무성한 물가라 하여 붙은 이름이 이수였죠.
이 생활 지명이 시간이 지나 이수교(梨水橋), 이수교차로, 이수역, 그리고 이수초·중학교 같은 이름으로 퍼져나갔습니다.
 
지금 사당역과 이수역 사이에 있는 공영주차장이 있는데, 제가 초등,중학교때(85~87년쯤)까지는 개천이 흘렀답니다.

그러구보니 이수역에서 서문여고 있는 쪽도 개천이 있었던게 기억이 가물가물 나네요.

남태령 전원마을쪽에 가면, 아직도 흔적이 남아있어요.

지금 남아있는 남태령 개천(원래 옛날부터 물이 별루 없었음...)

 

사당역과 이수역 사이 뒷쪽에 있는 공영주차장길. 제가 어릴때는 약간 썩은냄새가 나는 개천이었답니다.(파란색으로 표기된 부분)


2. 나루와 다리에서 교차로로

이수의 기원은 이수나루와 이수교(梨水橋)입니다.
1920년대 기록에도 이미 ‘배물다리(梨水橋)’라는 이름이 나오고, 1970년대 이수지구 택지개발과 함께 새 다리, 즉 현재의 이수교(폭 30m, 연장 60m)가 건설됩니다.
그 다리와 나루를 중심으로, 이수는 서울 남서부 교통의 관문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이수교차로는 바로 이 전통 위에 서 있는 교차로인 셈이죠.
 
결국은 원래 유래였던 이수교는 없어지고 이름만 남은 셈이네요...

겸재 정선이 그렸다는 동작진


3. 행정구역 속의 이수

이수는 재미있게도 행정구역상 존재하지 않는 이름입니다.
실제로는 동작구 사당동 남단, 서초구 방배·반포동 북단이 경계를 이루는 지역인데, 주민들은 그저 “이수”라 불러왔습니다.
저 역시 개인적인 기억이 있습니다. 이수역 근처 방주교회 주변에 살던 시절, 주소는 강남구로 되어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서초구로 바뀌었죠. 행정은 달라졌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이수에 산다”고 말했습니다. 행정 경계는 종종 바뀌어도 생활 속 이름은 남는 것이죠.


4. 장화가 필요한 동네

어릴 적 아버지가 들려주신 이야기가 아직도 생생합니다.
“예전 이수역 근처는 비만 오면 흙탕물이 범벅이 돼서 걷기조차 힘들었다.”
그때 아버지께서 던지신 농담은 이랬습니다.
 
👉 “우리동네(지금의 이수역쪽)는 마누라는 없어도 장화는 있어야 한다.”
 
물가 마을이었던 이수의 풍경을 압축한 농담이 아닐까요?
장화는 곧 이수의 또 다른 상징이었던 셈입니다.

이런 모습이었던 기억이 나요.


5. 오늘의 이수, 환승과 활기의 중심

지금 이수는 과거의 진흙길 대신 지하철 환승로와 대형 교차로로 가득합니다.

  • 이수역: 4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환승역
    예전에는 총신대입구역으로 많이 알려져있었죠. 제가 다녔던 "신남성초등학교" 앞에 있는 총신대학교하고 약 1.7km나 떨어져 있었는데 말이죠. ㅎㅎ
  • 이수교차로: 동작대로와 사당로가 교차하는 교통 요지
  • 이수 생활권: 이수초, 이수중, 총신대, 남성사계시장, 방주교회 등

비 오면 흙탕길이던 마을은 이제 서울 남부의 핵심 생활 거점으로 변모했습니다.


맺으며

이수라는 이름 안에는 배나무골의 자연, 나루와 다리의 역사, 비만 오면 장화가 필요했던 시절, 그리고 오늘날 교통과 상권의 중심지라는 현재가 모두 겹겹이 담겨 있습니다.
이수는 단순한 역 이름이 아닙니다.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유머와 기억, 행정구역 변천, 그리고 서울의 변화가 함께 깃든, 살아 있는 생활 지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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