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김밥, 그리고 음식이 가진 특별한 힘!

안녕하세요.

 

우리나라 대표적인 음식을 떠올려 보면 비빔밥, 불고기, 떡볶이 등 다양한 음식이 있지만, 저에게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바로 김밥입니다. 그리고 정확히 말하자면, "엄마의 김밥"이죠. 단무지, 우엉, 시금치, 그리고 고기까지 정성스럽게 말린 김밥. 손으로 하나하나 정성껏 싸주는 그 과정에서 사랑이 듬뿍 들어간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음식입니다.

🍙 김밥이 만들어 준 새로운 시작

제가 초등학교 2학년이었을 때,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일본 발령으로 가족이 함께 일본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당시 제가 살던 미타라는 곳에서 한국인학교는 너무 멀었고, 결국 가까운 일본학교를 다녀야 했죠. 문제는, 저는 일본어라고는 "오하요고자이마스"밖에 몰랐다는 것입니다.

 

3개월 동안 저는 거의 말없이 지냈어요. 수업 시간에는 친구들이 꺼내는 책과 똑같이 생긴 책을 꺼내 들고, 그저 가만히 듣기만 했죠. 언어가 통하지 않으니 자연스럽게 소극적이 되었고, 친구를 사귀는 것도 어려웠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소풍을 가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김밥을 무려 3단으로 싸주셨죠. 그리고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는 선생님께, 또 하나는 친구들이 많은 곳에, 그리고 마지막 하나는 네 주변 친구들과 나눠 먹어라~"

 

저는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김밥을 그냥 내밀었습니다. 선생님과 친구들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몰라도, 한 가지는 확실했습니다. 엄청 맛있어한다는 것! 그날 이후로 친구들이 저에게 먼저 말을 걸어오기 시작했고, 그렇게 저는 서서히 친구들을 사귀게 되었습니다.

1982년, 일본에서는 한국이라는 나라가 아직 생소한 시기였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음식은 국경을 넘는다는 걸 몸소 체험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저는 김밥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어요.

🍙 삼각김밥의 변천사

김밥 이야기와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삼각김밥 이야기도 해볼까 합니다.

편의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삼각김밥은 원래 일본의 오니기리(おにぎり)에서 유래된 음식입니다.

일본식 주먹밥으로, 삼각형으로 만든 밥을 김으로 감싼 형태죠.

그런데 삼각김밥을 먹어본 분들은 알겠지만, 포장 방식이 시대에 따라 변해온거 알아요?

제가 기억하기로는...

• 1980~90년대 초반에는 비닐을 전부 벗긴 다음, 안쪽 포장지를 다시 벗겨 직접 김을 싸서 먹는 방식이었어요.
• 이후에는 양쪽 모퉁이에 있는 비닐을 빼서 먹는 방식으로 바뀌었죠.
• 그리고 지금처럼 가운데 절취선을 따라 비닐을 벗긴 후, 양쪽으로 빼는 방식이 되면서 더욱 간편해졌습니다.

편의점 삼각김밥이 우리나라에서 자리 잡은 후, 참치마요, 불고기, 제육볶음 등 한국식으로 발전하면서 이제는 한국인의 소울 푸드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파라슈트(낙하산) 모양의 오니기리

머리 끝을 테서 필름을 빼서 먹는 오니기리

밑부분에 빨간 선을 따라 뜯어서 한번에 벗겨서 먹는 오니기리

 

정말 사진이나 일러스트를 찾을 수가 없어서 너무 아쉽다...

🍙 오니기리에 대한 추억

또 하나의 에피소드.

일본에서 다니던 초등학교때, 그 학교에서 자매결연으로 아키타현에 있는 초등학교와 방학때 각각 홈스테이를 한 적이 있었는데, 그떄 묵었던 친구의 어머니는 입이 짧은 한국인이었던 저에게 엄청 맛있는 식사를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제일 기억이 나는 것은 하루는 오니기리를 친구들에게 만들어주는데, 생선을 못먹는 저에게 아무것도 넣지 않은 쌀밥으로 오니기리를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때 먹은 오니기리는 지금까지 먹어본 오니기리 중에 가장 맛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참고로 아키타현은 일본에서도 가장 쌀로 유명한 곳입니다!)

가운데 사진의 어머니의 오니기리가 참 그립습니다...

🍙 김밥, 오니기리, 그리고 주먹밥의 차이

김밥과 오니기리, 그리고 주먹밥은 모두 밥과 김이 들어가지만, 각각의 특징이 뚜렷하게 다릅니다.

종류 특징 밥 간 주요 재료 먹는 방식

김밥	한국식 말이김밥	참기름과 소금	햄, 단무지, 계란, 우엉, 당근 등	간식 또는 식사
오니기리	일본식 삼각김밥	초밥처럼 식초 간	연어, 매실장아찌, 명란 등	간단한 한 끼
주먹밥	한입 크기의 뭉친 밥	간을 안 하거나 소금 간	남은 반찬, 간단한 재료	간식 또는 도시락

 

한국에서는 밥에 참기름과 소금 간을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일본에서는 식초를 사용한 초밥 스타일이 많습니다. 또, 김밥은 재료를 다양하게 넣고 김으로 돌돌 말아 풍성한 맛을 내는 반면, 오니기리는 한두 가지 재료를 넣어 심플한 맛을 강조하죠.

🍙 마무리하며

김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새로운 친구를 사귈 수 있게 해 준 특별한 음식이었고, 많은 사람들에게는 소풍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음식이기도 하죠. 또한, 김밥과 비슷한 삼각김밥과 주먹밥도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발전하면서, 음식이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문화와 사람을 연결해주는 중요한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김밥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김밥을 싸서 소중한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요. 여러분에게도 그런 특별한 음식이 있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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