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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80년대 초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한국과 일본을 오가면서 학창시절을 보냈습니다.
당시에는 너무 어려서 그런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많은 변화가 있었던것 같아요.
제가 경험한 내용을 조금 소개해볼까 합니다.
90년대의 특별한 경험
제가 처음 갔었던 82년의 일본은 지금보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한국사람들이 살았습니다.
제가 보기엔 자유로운 여행은 쉽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옛날부터 일본에서 거주한 교포, 그리고 업무나 학업으로 일본으로 건너온 한국사람들로 나눌 수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제가 학생신분이다보니 비싸거나 다양한 음식점을 가볼 기회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국 전문음식점 등을 극히 일부였던 것 같습니다. 있다고 해도 한국대사관 근처라든지, 한국사람이 많이 몰려있는 곳 정도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다가, 대학을 입학하고 군대를 다녀오면서 한참 지난 1998년에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한국 농수산물과 식품을 일본에 소개하는 특별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저는 그 행사에 통역으로 참여하는 기회를 얻었고, 도쿄, 삿포로, 후쿠오카를 오가며 한국 음식이 일본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직접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낯설지만 궁금했던 한국 음식
당시 일본에서 한국 음식이라고 하면 김치 정도만 떠오르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런데 특별판매전에서는 젓갈, 김, 삼계탕, 귤 등 다양한 한국 식품들이 소개되었습니다. 특히 젓갈 코너에서는 강렬한 향에 일본인들이 한 걸음 물러섰다가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다가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
당시 김치 부스였던거 같애요. 당시 업체에서 오신 담당자께서 말씀하시기로는 우리나라 김치는 34가지가 있다고 했었습니다. (정확한 숫자는 잘 기억이 안나지만 대충 그 정도였던거 같애요) 우리나라 사람인 제가 들어도 그 숫자에 놀라울 정도였습니다.
마침 백김치를 시식으로 내놓고 있었는데, 일본인 할아버지가 다가와서 "이게 무슨 음식이냐"라고 여쭤보길래, "이것은 한국김치입니다. 우리나라 김치는 34가지가 있답니다"라고 배운 것을 바로 써먹었는데, 그 일본인 할아버지는 "이건 김치가 아니다!"라고 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제주귤을 판매하는 부스에서는 이번엔 엄마랑 아이가 다가와서 시식을 하는데 너무 맛있게 먹더니, 그 아이가 "한국이 어디야?"라고 물어보는거 아니겠어요? 그래서 자세히 설명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통역에서 셀러로 변신
처음에는 통역만 했지만, 점점 업체들과 친해지면서 직접 판매도 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후쿠오카에서는 한 손님이 삼계탕을 보고 "닭이 통째로 들어가 있는 건 처음 본다!"며 신기해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거, 몸 보신 최고예요! 한국에서는 여름에 꼭 먹는 보양식입니다.”라고 설명했고, 결국 그는 몇 팩을 사서 집에 가져갔습니다. 이후 다른 손님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삼계탕의 효능을 설명하며 판매를 돕다 보니, 어느새 내가 가장 열정적인 셀러가 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은 당연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그 당시 업체 담당자께서 말하기를 비닐팩으로 만든 첫 삼계탕이라고 했습니다.)
지금은 당연한 음식이 된 한국 음식들
그때만 해도 일본인들에게 낯설던 한국 음식들이 이제는 일본 곳곳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당시 판매전에서 고개를 갸웃거리며 시식하던 일본인들이 지금은 맛집을 찾아 한국까지 여행을 올 정도니, 세월이 참 많이 변했다는 걸 실감합니다.
1998년의 그 특별한 경험 덕분에 나는 한국 음식이 해외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면, 그때의 내가 지금의 K-푸드 붐을 미리 예견한 작은 조력자(?)였을지도 모릅니다. ㅎㅎ
한 나라의 음식이 다른 나라에서 사랑받기까지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 작은 역할이라도 할 수 있었던 것은 내게 정말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요즘에는 흑백미식가 등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나라 음식의 훌륭함과 국내에도 다양한 나라의 음식들이 활성화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보기가 좋은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음식이 더 많은 곳에서 사랑받길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언젠가 또 이런 특별한 경험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ㅎㅎ)
요즘 일본에서 인기 있는 한국 음식과 음식점
이제 일본에서는 한국 음식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한국 여행을 다녀온 일본인들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한국 음식과 음식점이 일본에서도 자리 잡고 있죠.
일본에서 인기 있는 한국 음식
- 삼겹살 & 한국식 BBQ: 일본에서도 한국식 삼겹살과 고기 구이 문화가 인기를 끌고 있으며, 한국식 쌈 채소와 다양한 소스 조합이 일본인들에게 익숙해졌습니다.
- 김치 & 김밥: 이제 일본 슈퍼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김치와 김밥. 특히 일본에서는 "김파무스비(김밥 주먹밥)" 스타일로 변형된 메뉴도 등장했습니다.
- 떡볶이 & 치즈 핫도그: K-푸드 열풍을 타고 매운 떡볶이와 쫀득한 치즈 핫도그가 일본 길거리 음식 시장에서도 큰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 한국식 찜닭 & 감자탕: 부드러운 닭고기와 감칠맛 나는 양념이 매력적인 찜닭과 감자탕도 일본에서 점점 사랑받는 한식 메뉴로 자리 잡았습니다.
일본에 생겨난 한국 음식점 스타일
- 치킨 전문점: 한국식 양념치킨, 프라이드치킨이 일본에서도 큰 인기를 얻으며 전문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 한국식 카페: 달고나 커피, 인절미 빙수, 흑임자 라떼 같은 메뉴가 일본에서도 유행하며, 한국 감성의 카페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 푸드코트 내 한식 전문점: 일본의 대형 쇼핑몰 푸드코트에도 비빔밥, 김치찌개, 불고기 덮밥 같은 한식 메뉴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 한식 뷔페: 일본에서는 흔하지 않은 한식 뷔페 스타일의 레스토랑도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식은 단순한 먹거리를 넘어 문화와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98년의 특별판매전 경험을 떠올리며, 지금 한일간의 음식 교류를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곤 합니다.
앞으로도 서로의 음식을 존중하고 즐기며, 더 다양한 맛의 교류가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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