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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 만난 필름카메라는 바로 Pentax ME Super.
아버지가 제가 초등학교 저학년일 때 남대문 시장에서 “멋져 보인다”는 이유로 지른 바로 그 녀석이다.

하지만 문제는… 그 누구도 이걸 제대로 다룰 줄 몰랐다는 것.
결국 카메라는 집 구석 어딘가에서 길고 긴 겨울잠에 들어갔다.


🎓 그 시절 대학생은 집정리를 하다가 카메라를 줍는다

대학교 시절, 집안 대청소를 하다가 먼지 덮인 녀석과 재회했다.
“어? 이거 뭐지? 되게 빈티지한데 멋있다…”
하지만 그때도 사용법은 여전히 미궁.
“내가 널 언젠간 쓸 날이 오겠지…”라는 드라마 같은 대사를 남기고 다시 서랍행.

집에 쳐박혀 있던 Pentax ME Super...깔끔하게 닦아야겠다.


💼 그런데, 인생은 타이밍이라고 했던가?

첫 직장으로 입사한 곳이 후지필름이었다.
"아니, 이건 진짜… 필름의 운명 아닌가?"

더 놀라운 건, 사내에서 유통기한 임박한 필름을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직원들에게 팔고 있었다는 점!
이건 마치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3개 1,000원에 파는 정도의 느낌이랄까.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필름 생활 시작!

셔터를 누를 때마다 두근두근,
“이거 노출 맞은 거 맞나?” 하는 불안감과
“와… 이건 현상하면 어떻게 나올까?” 하는 설렘이 공존하는 그 묘한 기분.


👶 그리고, 우리 딸이 태어났을 때

그 시절 후지필름은 단순히 필름만 파는 회사가 아니었다.
사진 인화에 진심인 기업, 그게 후지였다.

울 첫번째 따님이 아기였을 때는
필름카메라, 디지털카메라, 그 당시 할 수 있는 모든 장비로 사진을 찍고 또 찍었다.
그걸 몽땅 인화해서 앨범으로 만들었다.
그 무게감, 그 따뜻함,
“사진을 찍었다”와 “사진을 남겼다”는 다른 일이란 걸 처음 알게 됐다.

[왼쪽] 첫째(1세)와 처조카 / [중간/오른쪽] 둘째따님이 태어난 날에 찍은 첫쨰따님(3세)과 둘째따님(0세)


📱 그리고 지금, 폰카 전성시대

요즘은 솔직히…
카메라는 스마트폰 안으로 들어갔고,
찍고 나면 구글 포토나 아이클라우드 어딘가로 날아간다.

인화?
언제 했더라…?

사진은 넘쳐나는데,
정작 다시 꺼내보는 일은 점점 줄어든다.
“그냥 예쁘다”는 감상만 남고,
“그때의 감정”은 점점 흐릿해지는 느낌.


🔁 다시 느끼고 싶은 사진의 재미

얼마전에 고등학생이 된 둘째 따님이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보고 싶다고 했다.

아마 몇 번 찍다보면 귀찮기도 하고 힘들어 하기도 해서 그냥 폰으로 찍을 것이다.

그래도 괜찮다.

만일 필카든 디카든 폰카든간에 찍은 사진을 가지고 인화를 해봐야겠다.

그리고 클라우드에 있는 따님들의 수많은 사진중에 잘 나온 것을 인화해서 앨범으로 남겨봐야겠다.

 

부모님집 다락방에 쳐박혀 있는 내 앨범처럼...

나중에 울 따님들에게 전달해주고 싶다.

 

사진이란 결국,
‘보는 것’이 아니라 ‘남기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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