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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금요일, 유튜브 매불쇼에서 즐겨보는 코너가 있다.
바로 시네마지옥.
영화광 넷이서 한 영화 물어뜯듯(?) 파헤치는 그 찰진 텐션.
이번 주 소개작은 유독 마음에 스며들었다.
바둑 영화 ‘승부’,
그 이름만으로도 뭔가 묵직하다.
조훈현 vs 이창호.
師와 弟의 진짜 勝負.
하지만 이 영화를 보다 보니,
문득 내 인생에서 ‘바둑’이란 키워드를 다시 마주하게 되었다.
🧩 내 기억 속 바둑 이야기 – 3인과 1사건
① 고모집의 ‘바둑소년’
한 살 어린 사촌동생.
이창호와 동갑이던 그는 중학생 때 바둑에 홀딱 빠져 있었다.
고모집에 가면 늘 혼자 바둑판을 마주한 채,
혼자 두고, 혼자 돌리고, 혼자 끄덕이던 그 모습.
그땐 좀 신기했지만, 지금 생각하면 꽤 멋진 몰입러였다.
② 36만 수를 읊던 작은 아버지
대구에서 바둑을 두셨다는 작은 아버지.
어릴 적 서울에 자주 오셔서,
군 입대 전엔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다.
“바둑에는 36만 가지 수가 있어.
그걸 알면, 인생처럼 재밌다.”
이 말이 아직도 귀에 맴돈다.
(진짜 36만가지인가라는 생각은 하지만...ㅎㅎ)
하지만 그렇게 멋진 말을 남기고…
어느 날 아버지가 말하셨다.
“작은 아버지, 돌아가셨어.”
대구 바둑계의 원로 양현모,
그 이름을 이제야, 인터넷 기사로 다시 마주하게 될 줄이야.
조금 더 이야기해볼걸...
기사 링크
③ 군대 내무반, 6개월 고참
이상하게 나만 불러서 바둑 두자던 고참.
아마 외로웠던 걸까, 아니면 내가 바둑할 상이었던 걸까.
고마운 기억은 남았지만,
결국 바둑의 재미는 느끼지 못한 채 전역.
이후 바둑은 잊혔다.
…그렇게 한참이 흘러
바둑이라는 단어가 알파고라는 이름과 함께 다시 다가왔다.
🤖 이세돌 vs 알파고 – 인간의 자존심, 神의 한 수
2016년,
회사 선배가 모니터를 부여잡고 실시간 중계를 보던 날이 있다.
“이번에도 졌네… 아냐, 잠깐. 어? 이건 뭐야??”
그 순간, 이세돌 9단의 4국 78수,
‘神의 한 수’라 불렸던 그 수가 터졌다.
기계가 예측하지 못한, 인간의 감각이 만들어낸 미학.
그때 느꼈다.
이건 바둑이 아니다. 이건 서사다.
마치 과거 체스계의 카스파로프 vs IBM 딥블루가 떠오르기도 했지만,
이건 그보다 훨씬 더 인간적인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 한 수에 열광했고,
그 승리 하나에 눈물을 삼켰기 때문이다.
🧠 한국 바둑의 레전드들 – 수담(手談)의 왕들
📜 1. 개척기의 전설 – 조남철
- 1923년생, 한국 현대 바둑의 개척자.
- 한국기원 설립자, 일본에 유학하며 바둑 체계를 한국에 정착시킨 인물.
- 당시엔 ‘기생들의 오락’쯤으로 여겨지던 바둑을 지식인의 스포츠로 끌어올림.
- "조남철 이전과 이후로 한국 바둑을 나눈다"는 말이 있을 정도.
- 제자 양성에도 힘써 조훈현, 서봉수, 유창혁 등 한국 바둑 1세대를 이끈 기반을 닦음.
🥋 2. 황금기의 시작 – 조훈현
- 1953년생, 조남철의 제자.
- 한국 최다 우승 기록 보유자 (총 160회 우승).
- 바둑계의 국수(國手)라 불릴 정도로 절대적인 존재.
- 1980~1990년대, 일본·중국 기사들과 대등하거나 우위를 점할 만큼 성장시킴.
- 대표 제자: 이창호.
- 바둑하면 담배를 떠올리게 되는데 바로 이분때문인거 같다.
🎯 상징적인 순간: 1989년, 한일 슈퍼 대항전에서 일본 9단을 꺾고 ‘한국 바둑’의 부흥을 알림.
🧊 3. 정확성의 화신 – 이창호
- 1975년생, 조훈현의 제자.
- 별명: 돌부처, 수읽기의 신.
- 1990년대~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 최강 기사로 군림.
- 정확한 계산과 미세한 승부에서 거의 무적.
- 한일·한중전에서 다승을 올리며 한국 바둑의 세계화를 이끈 주역.
🎯 “이창호에게 이기려면 초읽기 전에 이겨야 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뒷심의 제왕.
🔥 4. 야성의 반란 – 이세돌
- 1983년생, ‘천재’라 불렸던 기사.
- 공격적이고 창의적인 스타일로 바둑에 드라마를 입힌 인물.
- 조훈현 – 이창호의 흐름과는 다른 독자적 전투형 스타일.
- 2016년, 알파고와의 대국으로 바둑을 대중적으로 알린 주역.
→ 인공지능 시대를 여는 상징적인 존재.
🎯 그가 알파고를 상대로 유일하게 이긴 ‘4국 승리’는 지금도 전설이다.
🌸 5. 해외파 전설 – 조치훈
- 1956년생, 한국 출신이지만 일본에서 활동.
- 일본 바둑사상 최다 우승 기록 보유 (74회).
- ‘조치훈 vs 고바야시 고이치’ 라이벌전은 일본 바둑사의 꽃.
- 일본에서는 ‘신의 손을 가진 남자’로 불릴 만큼 압도적인 존재였지만,
한국에서는 오히려 대중에 많이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레전드.
🎯 1997년, 이창호를 꺾고 세계 대회에서 우승하며 “노장(老將)의 힘”을 보여줌.
🌀 6. 뉴에이지의 선두 – 신진서
- 2000년생, 현재 세계 랭킹 1위.
- AI 이후 시대, 수읽기와 직감, 계산력을 모두 갖춘 완성형 기사.
- 어린 나이에도 세계 타이틀 다수 획득.
- “AI가 아니면 못 이긴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실력.
🎯 ‘신진서의 시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요즘.
한국 바둑의 미래는 그가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님.
🔮 이외에도 알아두면 좋은 이름들
이름 | 특징 |
서봉수 | 1980~90년대 조훈현과 대결 구도. '질풍노도' 스타일. |
유창혁 | 전성기 때 이창호와 팽팽히 맞섰던 천재. ‘천하장사 스타일’. |
최철한 | ‘괴짜 천재’, 직관적이고 파괴적인 스타일로 유명. |
박정환 | 이세돌 이후 한국 1인자 자리를 오래 지킨 기사. |
강동윤 | 세계 타이틀 경력자, 꾸준한 중후반 운영에 강점. |
🧩 바둑은 결국 인생이다
바둑은 조용하지만 가장 치열한 전투다.
돌 하나에 수십 수가 숨겨져 있고,
한 번의 실수가 판 전체를 뒤흔든다.
그 싸움 속에서 이름을 남긴 이들은
단지 게임을 잘한 게 아니라, 시대의 패를 읽은 사람들이다.
이들의 이야기를 알면,
단순한 바둑판이
하나의 인생 무대처럼 보이게 된다.
사촌동생의 그 집중,
작은 아버지의 36만 수,
군대 고참의 배려,
그리고 이세돌의 신의 한 수.
그 모든 순간이 하나의 기보처럼
내 인생에 놓여 있는것같다.
P.S. : 시간이 되면 조만간 한번 영화한편 보러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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